만약 고교야구 여자 매니저가 피터 드러커를 읽는다면
만약 고교야구 여자 매니저가 피터 드러커를 읽는다면
소설∙시

만약 고교야구 여자 매니저가 피터 드러커를 읽는다면

이와사키 나쓰미

야구의 짜릿함과 감동, 소년만화의 서사, 매니지먼트의 가르침, 그리고 효율적인 운영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우정

이 책을 읽게 된 계기

다른 책들처럼 뭐 거창한 독서 계기가 있었던 거는 아니고, 그냥 본능적으로 끌렸다.

피터 드러커 매니지먼트야 워낙 유명하지만, 그것을 빼고 보더라도 서점에서 이 책의 제목과 표지를 보고 호기심을 안가질 사람이 있을까?

이 책을 읽게 된 계기..ㅋㅋ
이 책을 읽게 된 계기..ㅋㅋ

헉 하고 낚아채는 책이라기보다, 조용히 다가가 조용히 집어 오게 만드는 느낌…

만약 고교야구 여자 매니저가 피터드러커를 읽는다면??? 그렇다면?? 어떤데? 뭔데? 이 사람 후킹 잘 하네.

그래서 뭔 책인데

서로 다른 사람들이 모여 있는 조직을 책임감과 성과, 성장이라는 언어로 어떻게 하나의 목표를 향해 움직이게 할 수 있는지를 고교 야구부라는 무대로 풀어낸 소설책이다.

주인공인 미나미(야호)가 어떤 이유로 약체 고교 야구부의 매니저가 된다. 그리고는 서점에서 ‘매니저’에 관한 책을 찾다 우연히 드러커의 매니지먼트를 보고 ‘매니지먼트? 매니저를 잘하려면 봐야 하는 건가?’ 하며 경영학의 교과서를 집어 든다.

이후 여러 사건 사고를 경영학 이론을 토대로 풀어나가는데, 야구의 짜릿함과 감동, 소년 만화의 서사, 매니지먼트의 가르침, 그리고 효율적인 운영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우정을 모두 느낄 수 있는 책이다.

한 편의 기분 좋은 영화를 가볍게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뻔한 클리셰가 있을 수도 있지만, 생각할 것도 많고, 깨달은 것도 많고, 울컥했다가 짜릿했다가 웃음 짓고 덮게 되는 책..

(뻔하다는 건, 그만큼 잘 통한다는 것…)

이게 작가의 첫 소설이라고 한다. 박수.

이 책의 후반부를 영상으로 표현하자면, 세이카쿠니 코노 칸지

야구부의 고객은 누구인가

미나미는 처음 드러커의 매니지먼트를 펼치고선 어렵고 야구와도 별로 상관없는 책처럼 느껴져 실망한다. 하지만 곧 야구부 역시 하나의 조직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고시엔 진출을 구체적인 성과로 설정한 뒤 조직 운영을 시작한다.

기업의 목적과 사명을 정의할 때, 출발점은 단 하나뿐이다. 바로 고객이다. 사업은 고객에 의해 정의된다. 사업은 회사명이나 정관, 설립 취지서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 회사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입하여 만족을 얻고자 하는 고객의 욕구에 의해 정의된다. 고객을 만족시키는 일이야말로 기업의 사명이고 목적이다. 따라서 ‘우리의 사업은 무엇인가? 라는 물음은 기업 외부, 즉 고객과 시장의 관점에서 보아야 비로소 답을 찾을 수 있다.
따라서, ‘고객은 누구인가?’라는 물음이야말로 기업의 사업을 정의하는 데 매우 중요한 질문이다.

미나미가 야구부의 고객을 정의하려고 애쓸 때, 처음에는 조금 의아했다. 꿈을 위해, 건강 관리를 위해, 입시 가산점을 위해, 부모님의 권유로, 혹은 별다른 의지 없이 등등 다양한 목적으로 모인 고교 야구부에서 ‘고객’을 찾는다는 발상부터가 경영학 이론을 너무 캐주얼한 곳에 억지로 대입하려고 시도한 것이 아닌가 싶었다.

대학에서 중앙동아리를 운영하던 시절,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동아리가 즐겁고 편안한 공간이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동아리에서는 부원 외의 고객이 존재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구성원의 만족과 고객의 만족 중 무엇이 더 중요한가에 어떻게 답할 수 있을까.

드러커가 진지함을 매니저의 필수 소양이라고 말했듯이, 개인적으로 매니지먼트는 고객을 찾고 고객의 만족과 성과를 내야 하는 진지한 조직에 적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취미 활동에 가까운 고교 야구부에 이를 대입한 것은 작가의 순수한 호기심이었을까, 아니면 마케팅을 위한 후킹 요소였을까 싶기도 했다.

하지만 웃기게도 미나미는 부모님, 선생님, 학교, 도민들, 고교야구연맹, 전국의 남녀노소 고교 야구 팬들, 야구부원들까지 모조리 냅다 고객으로 정의해버렸다. 그리고 그 고객들을 만족시키는 것은 바로 감동이다. 라는 명언을 남겨버리며 내 뒤통수를 때려버렸다. (…)

그렇게 미나미가 운영하는 약체 야구부의 정의이자 사명이자 목표는 고객에게 감동을 주는 것이 되었고, 그 사명을 이루기 위해 설정한 구체적인 성과는 고시엔 진출이 되었다.

약점보다 강점을 활용하기

사람을 매니지먼트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장점을 살리는 일이다. 사람은 약하다. 가련하리만치 약하다. 그래서 문제를 일으킨다. 절차와 여러가지 잡무를 필요로 한다. 조직의 측면에서 보면 사람이란 비용이자 위협 요소이기도 하다. 하지만 일부러 비용을 부담하거나 위협을 감당하려고 사람을 쓰지는 않는다. 누군가를 고용하는 까닭은 그 사람이 지닌 장점이나 능력 때문이다. 조직의 목적은 사람의 장점을 생산으로 연결하고, 그 사람의 약점을 중화시키는 것이다.
정통성의 근거는 단 하나뿐이다. 바로 사람의 장점을 생산적인 것으로 만들어주는 일이다. 이것이 조직의 목적이다.

“단점 없는 사람이 어디 있냐.”

누구나 쉽게 하는 말이지만, 막상 누군가를 바라볼 때에는 단점이 가장 먼저 눈에 밟힌다. 게다가 “아, 저 친구는 ~~를 못해”라고 판단하며 특정 업무에서 배제하는 경우도 있다.

우린 늘 평가받아왔고, 또 평가해왔다. 그리고 그 평가가 가리키는 것은 대체로 잘한 일보다 부족한 점이었던 것 같다. 어쩌면 그래서 우리가 ‘평가’라는 단어 자체를 조금 부정적으로 보는 것이 아닐까 싶다.

시험을 봐도 맞은 것보다 틀린 것에 더 집착한다. 우리는 더 완벽한 시험을 보기 위해 발버둥 치며 노력하지만, 절대로 완벽해질 수 없다. 완벽해질 때까지 자신의 부족한 부분만 고치려고 한다면, 고쳐야 할 항목은 끝없이 늘어나고 만족할 순간은 좀처럼 오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까, 단점은 “단점이 없는 사람이 어딨냐”라고 가볍게 넘기고 장점을 보자. 단점을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하기 시작하면, 누구도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 되기 어렵다. 불안전한 인간들의 사회에서 당연하리만큼 합리적인 이 생각을 하자 이제.

그녀의 장점만 찾게 되었다. 당연한 일이다. 왜냐하면 아야노의 장점을 활용하지 않으면 매니지먼트에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실 우리 모두 다 자신도 모르는 잘하는 것을 갖고 있을 수 있다. 만약 알고 있다면 자신감 있게 소개하자. 자기 자신에게 어필하자. 그 강점을 키우자. 그 강점을 알아봐 주는 조직에 가서, 내 단점들은 보이지도 않게, 내 장점이 너무너무 필요하게 만들자.

리더는 앞에서 명령하는 사람?

나는 오래도록 리더를 가장 앞에서 방향을 정하고, 답을 내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팀이 흔들릴 때 가장 먼저 나서고, 문제가 생기면 해결책을 내놓고, 구성원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면 바로잡는 사람.

그런데 미나미는 야구부에서 공을 던지지도, 배트를 휘두르지도 않는다. 야구에 대한 지식도 선수나 감독보다 부족하다. 그럼에도 팀을 움직인다. 선수들과 대화하며 흩어져 있던 장점을 찾아내고, 그 장점이 고시엔 진출이라는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사람과 역할을 연결한다. 미나미는 선수들 대신 야구를 잘한 것이 아니라, 선수들이 야구를 잘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었다.

리더가 가장 많이 알고 가장 잘해야 한다면, 결국 모든 일이 리더에게 모인다. 판단도 리더가 하고, 문제도 리더가 해결하고, 구성원들은 매번 그 사람의 답을 기다리게 된다. 그렇게 리더는 점점 더 바빠지고, 조직은 그 사람이 없으면 움직이지 못하게 된다. 유능한 리더 한 명과 눈치 빠른 구경꾼 여러 명이 탄생하는 셈이다.

빠르게 답을 내놓고 일을 직접 처리하는 것은 리더가 자신의 유능함을 증명하기에 가장 쉬운 방법일지도 모른다. 당장 내가 해버리면 가장 빠르고, 실수도 줄일 수 있고, 결과에 대한 통제권도 가질 수 있으니까.

반대로 누군가의 말을 오래 듣고, 아직 선명하지 않은 장점을 발견하고, 그 사람이 스스로 성과를 낼 때까지 기다리는 일은 훨씬 답답하고, 개인적으로 진짜 너무 어렵다..🥲

당장 내가 해버리면 끝날 일을 굳이 맡기고 기다려야 하니까. 하지만 그 기다림을 견디지 못하면 조직은 성장하지 못하고, 리더의 처리량만 성장한다.

리더가 서는 앞은, 명령하고 보여주기 위한 자리가 아니라, 결과를 책임지기 위한 자리라는 생각을 했다. 실제로 사람을 움직일 때에는 앞에서 끌어당기기보다 옆에서 연결하고, 때로는 뒤에서 밀어줘야 한다.

리더는 모든 답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구성원들이 각자의 답을 성과로 만들어낼 수 있는 조직을 만드는 사람에 더 가깝지 않을까.

성과는 중요하다. 하지만,

조직은 조직 내부의 사람들에게 노력보다는 성과에 관심을 갖도록 해야 한다. 성과야말로 모든 활동의 목적이다.
조직원들이 성과보다 노력이 중요하다는 착각을 하게 해서는 안된다. 일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성과를 위해서 일해야 하며, 군살을 기르는 게 아니라 힘을 길러야 하고,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위해 일할 능력과 의욕을 갖도록 해야 한다.

조직에 관한 말로 보면 틀리기 어렵다.

얼마나 오랫동안 노력했는지, 얼마나 많은 시간을 들였는지도 중요하지만, 결국 조직은 정해진 목적에 가까워져야 한다. 모두가 열심히 했더라도 고객에게 가치를 주지 못했고 목표에 가까워지지 못했다면, 좋은 조직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이 책 속 야구부 역시 고시엔 진출이라는 선명한 성과를 향해 움직인다. 그리고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결국 그 성과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고시엔 진출을 결정짓는 마지막 경기에서 미나미는 끝까지 자리를 지키지 않는다. 가장 친한 친구가 세상을 떠나버리고 모든 게 의미없다고 느껴 경기장을 나가버린다. 오랜 시간 모두가 함께 준비한 가장 중요한 경기였고, 미나미는 그 조직을 만들어온 매니저였는데 말이다.

사실 미나미가 열심히 야구부를 이끌어 온 것은 고시엔이라는 거대한 목표도, 훌륭한 조직을 만들고 싶다는 사명감도 아니었다. 그냥 자신이 매니저가 되었다는 말을 듣고 기뻐하던 친구 유키가 있었기 때문이다. 고시엔 진출은 그 마음에서 출발해 점점 구체화된 목표였다. 하지만 미나미는 그 목표를 원하게 만든 최초의 이유를 잃어버렸다.

목표는 중요하다. 사람을 기쁘게 하고, 함께 성장하고, 조금 더 나은 삶을 만들기 위해 우리는 목표를 세운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 수단이 너무 크고 선명해지면, 우리는 왜 그것을 원했는지를 쉽게 잊는다. 목표를 지키기 위해 사람을 밀어내고,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재의 관계를 미룬다.

하지만 해야 하는 일은 끝나지 않는다. 하나의 성과는 곧 다음 성과의 출발선이 된다. 그렇게 계속 미래로 미뤄둔 사람과 시간은, 내가 마침내 여유를 얻었을 때에도 같은 자리에 남아 있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목표는 다시 세울 수 있지만, 어떤 사람과 함께할 수 있는 순간은 다시 일정에 넣을 수 없다. 미나미가 그토록 아팠던 이유는, 아마 무엇이 더 되돌릴 수 없는 것인지 알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삶에 관한 질문으로 돌아간다.

  • 나는 무엇을 위해 이렇게 열심히 살고 있는가.
  • 그 목표에 도착하면 누구와 기뻐하고 싶은가.
  • 혹시 그 사람을 위해 세운 목표가 오히려 그 사람과 함께할 시간을 빼앗고 있지는 않은가.

성과가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할 수 없다. 나 역시 노력했다는 사실에만 만족하기보다, 실제로 무언가를 만들어내며 살고 싶다. 다만 조직의 언어가 삶 전체의 언어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직에서는 사람의 장점을 성과로 연결해야 할지 몰라도, 삶에서 사람은 생산적이어야만 가치 있는 존재가 아니다. 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 중요한 사람도 있고, 아무것도 해내지 못한 날에도 지켜야 하는 관계가 있다.

성과는 중요하다. 하지만 성과보다 먼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내가 무엇 때문에 그 성과를 원했는가이다.

얻은 점이 있다면

사실 이 책에서 배운 매니지먼트의 원칙은 앞에서 이야기한 것들 외에도 정말 많다. 아마 앞으로 리더로서 일하게 된다면 매니지먼트를 직접 읽어보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책을 덮고 여운이 남았던 건, 그 모든 원칙이 완벽하게 작동해 고시엔 진출이라는 성과를 만들어내는 순간에 미나미가 오히려 경기장을 떠났다는 사실이었다. 미나미가 매니저가 된 이유도, 고시엔에 가고 싶었던 이유도 결국 그 선택을 기뻐해 준 가장 친한 친구에게서 시작됐으니까.

그래서 이 책을 단순히 매니지먼트의 중요성을 알려준 소설만으로는 기억하지는 않을 것 같다.

목표를 이루는 능력만큼, 그 목표를 왜 원했는지, 우선순위를 잊지 않는 능력도 중요하다!

확실히 뭔가 그냥 요새 삶의 의미 쪽으로 자꾸 생각이 기우는 것 같다..😑

뭐, 아무튼.

만약 고교야구 여자 매니저가 피터 드러커를 읽는다면??

약체 야구부를 고시엔으로 이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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